8월 9일 스물여덟 일기



어제 통화 중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던 광석 아저씨의 목소리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니까, 기사님께 볼륨을 높여 달라고 요청하는 그 분.

어제 새벽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광석이 아저씨 노래를 듣는다.



날이 더운 것도 단단히 한 몫하는 것 같고, 지금이 8월이라는 것도.

8월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

에피소드 짜야 되는데 머릿속에 맥주 생각만 가득하다.


7월 20일 일기 스물여덟 일기



홍대에서 피곤한 약속.

3시간 동안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흥미없는 이야기 주절거리고 왔는데,

국화차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보다 오늘 같은 날은 시원한 생맥 한 잔이 더 깔끔했을 것 같다는 느낌.

먹고 싶은 거 생각 날 때 연락하라고 했는데, 술을 입에도 못대는 사람은 나랑 아니지 싶었다.



며칠 푹푹 찌는 날씨에 아이디어 짜느라 머리 굴렸더니, 시원한 생맥주 생각 간절.

혼자서 좀 걷고 싶었지만  그 마저도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미련없이 버스에 올랐다.

더운 것도 싫은데, 이상하게 에어컨 바람도 싫다.


 
집에 도착해서 룸메이트에게 내가 쏜다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자. 딱 한 잔만. 애원했지만 거절 당했다.

야식 먹을 땐 1년 365일 콜이지만, 술 먹자고 하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내 룸메.... 

슬펐다. 전주에 있는 내 친구들 서울로 소환하고 싶었다.



아쉬운 대로 복숭아 하나 조각조각 내놓고, 냉장고에서 캔맥 까먹는다.

아침에 보낸 대본 다시 훑어보면서, 심심해서 옛날에 끄적거린 일기를 다시 읽고 있으니까,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난다.

누굴 만나도 재미없고 시시하다. 이게 문제인 듯.



일 끝나면 여행이나 가야겠다. 알래스카? 볼리비아?

네팔 정말정말 가고 싶었지만, 올해 1월에 서점에서 책 사면서.. 뒷 장에다가 지금이 아니면 네팔 못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갈까. 낙서했었는데 그때 갔어야 했나 싶다.



오백 한잔에 어지러운 이 느낌이라니, 작은 캔 한잔 더 먹고 자야겠다.

내일도 대본 써야 하니까.  





잡상 스물여덟 일기

밤에 누우면 심장이 파닥파닥 뛴다.
아메리카노 부작용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매일매일 난 할 수 있다 파이팅 하고 기합을 힘껏 내지르는데도. 그리고 아직은 평온한 나날들임에도. 앞으로 닥쳐올 일들이 너무나 눈에 훤히 보여서. 그냥 불안하다.

그래도 난 잘 해냈고, 이번에도 역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조촐한 아빠의 환갑 잔치를 하고, 케이크에 초를 꽂고 할머니부터 막내 작은 아빠까지 다같이 축하 노래를 부르고, 하하호호 웃었던 시간들.

전엔 그냥 지나치는 일상에 불과했던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다. 오랜만에 오빠랑 둘이 맛있는 것도 먹고 서점도 둘러보고. 아빠 엄마드릴 커플링도 맞추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느닷없이 그때의 생각이 났다. 이게 연정인지 미련인지 미움인지도 이제 모르겠다. 그저 흐릿하지만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을 뿐. 계속 찌꺼기로 남아있는 기분.

그냥 비오고 새벽이라 기분 이상하다.

캠핑 때 한 잔? 상그리아 만들기 취미생활






며칠 전 용훈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예감했다.



'아 드디어 오빠가 장가를 가는가보구나ㅋㅋㅋ'



 선옥이랑 영준이랑 수원집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사실 작년에 캠핑을 가기로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지금 껏 가질 못했다.


마침 주말 스케줄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서, 말 나온김에 이번 주말에 바로 만나기로 했다.



오빠가 풀 코스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수원 곳곳 드라이브 시켜준다고 했다. ​

나도 와인이나 한 병 사갈까 싶다가,

상그리아를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급하게 마트가서 장을 봐왔다.


 

 



준비물 


상그리아를 담을 유리 용기


 와인 1.5L, 사이다, 오렌지 주스, 베이킹 소다, 식초


사과, 자몽, 오렌지, 라임, 레몬





과일은 기호대로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블루베리도 넣고 싶었는데, 마트에도 없고 동네 시장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없었다ㅠㅠ




베이킹 소다와 식초는 과일 세척용으로 쓰일 재료.




와인은 마트에서 할인 행사 하길래 그냥 제일 저렴한 것으로 샀다.


너무 큰 걸 샀는지 많이 남아서... 지금 블로그 작성하면서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ㅋㅋㅋㅋ




 

 




상그리아에 들어가는 과일은 보통 껍질 째 들어가기 때문에 세척이 중요하다.


껍질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농약 성분을 깨끗이 씻어 내기 위해서


베이킹 소다로 빡빡 문질러서 닦아준 뒤에,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려서 담가 두었다.



 깨끗이 목욕하고 나면... 마치 사람도 그러하듯이..


 과일도 윤이나고 반질반질해진다.






 

 




그 다음에 먹기 좋게 세모썰기를 했다.


이렇게 과일을 썰어 놓고 보니, 청포도를 좀 사올 걸 그랬구나 싶다....












뜨거운 물로 뽀득뽀득 닦아낸 유리 용기안에


과일을 차곡차곡 섞어서 잘 쌓아준다.













작은 유리병은 내일 집에 혼자 있을 룸메이트 맛보라고 따로 만들었다.


룸메이트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달큰하게 사이다의 비율을 더 높여서 만들었다.










상그리아 비율



와인 2  :  오렌지 주스 1 :  사이다 1



이것도 입맛따라 조절하면 될 듯







완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내일 수원으로 고고싱..




소나무 유화 그림 취미생활





긴 고민 끝에 결국 제안 받았던 일을 하기로 결정 했다.

내 인생 1년의 시간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결정이라서 

일주일 동안 고민 하느라 사실 잠도 제대로 잘 못 잤다.

이십대 끝무렵의 내 나이가 새삼 무겁다.

이력서에 한 줄씩 늘어가는 경력은 더 무섭고.
 



백일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그 길이 저승길 같았다던 

 그 옛날 오빠의 심정과 비슷한 기분

알고 시작하는 거랑

모르고 시작하는 거랑 분명 차이가 있다 엄청난  차이가..




아무튼 결정하고 나니까 후련해서 오늘은 오랜만에 거실에 굴러다니는 캔버스에 그림 그렸다.




이젤이 없으므로 오늘도 바닥에 신문지 깔아놓고 그림..

그림 다 그리고 나니까 뒷목이랑 허리가..............








소나무 껍질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 물감을 범벅해서 갖다 발라 보았다. 


천천히 덧 입혀가며 며칠에 걸쳐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앉은 자리에서 그림 한 점을 다 끝내버리고 만다

거의..항상..












4호 짜리에 덩그러니 소나무 두 그루 그렸더니 썰렁한 느낌이다.

색상도 단조롭고...








일기를 써도, 그림을 그려도, 책을 사도..

항상 어떤 행동을 할 때 날짜와 내 이름, 그리고 내 나이를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이 자유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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